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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얼굴엄마의 클래식/Fauré Music Studio 2023. 12. 6. 11:09반응형
피아노를 가르친다. 수백 명의 학생 중에는 다섯 살 꼬꼬마도, 60대 어르신도 있었지만 압도적 다수는 역시 초등학생이다. ‘초등학생’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 칭해도, 사실 이들은 몹시 급격한 발달 차를 가진다. 1-2학년은 이제 막 아기 티를 벗어가는 노랑 병아리들. 3-4학년은 규칙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해도 되는 일과 해선 안 되는 일을 스스로 구분할 줄 알게 되는 의젓한 어린이. 감정이 예민해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는 여자아이들과 코 밑이 거뭇해지는 남자아이들, 다 큰 줄 알지만 아직은 엄마 품 안인 5-6학년. 이들 모두 초등학생이다.
내가 특히 사랑하는 그들의 얼굴이 있다. 그건 바로 집중하는 옆모습이다. 피아노는 주로 선생님과 학생이 나란히 붙어 앉아 1 대 1 수업을 하는데, 그들의 집중하는 옆모습을 실컷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엄마 손에 이끌려 억지로 배우는 아이, 날마다 하기 싫다며 칭얼대는 아이라도 예외 없이 첫 음을 내는 순간 집중의 전구가 반짝 켜진다.
집중하는 눈은 또렷하다. 깜박임도 적다. 악보를 올려 보느라 귀엽게 동그래진다. 입은 보통 앙다물지만 살짝 벌리거나 삐죽 내밀기도 한다. 그들은 거의 모든 확률로 내가 빤히 쳐다보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나는 그 몰입의 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숨을 죽이곤 한다.
집중하는 옆모습을 보며 본 적 없는 얼굴을 그려본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땐 어떤 얼굴일까. 곤히 잠을 잘 땐, 땀을 뻘뻘 흘려가며 뛰어놀 땐 어떤 얼굴일까. 학교에서, 집에서의 얼굴, 젖먹이 아기의 얼굴, 더 많이 웃고 울며 자라날 얼굴을… 조용히 상상해 본다.
작은 손가락들이 움직인다. 한 손이 도에서 도까지 닿을 만큼 자라기를 고대하는 아이들. 그 손으로 어떤 소리를 빚어낼지 궁금해하면서, 나는 오늘도 옆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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