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시간 수업을 와 주시던 성인 수강생분께서 따님의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특수 학급의 도움을 받고 있는 느린 아이인데, 수업이 가능한 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셨어요.
음악을 좋아해서 주변 비전공자 선생님께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데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수업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시면서요.
특수 교육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저에게 따님의 수업을 부탁하시는 게
저를 향한 큰 신뢰로 느껴졌어요.
감사한 마음으로 ㅇㅅ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ㅇㅅ는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예요.
알고 있는 음악도 많고, 기억도 굉장히 잘하고요.
무엇보다 절대음감이어서 듣는 그대로 연주할 수 있는 귀한 재능을 가졌어요.
그래서 피아노를 배우지 않아도 자기가 원하는 소리를 낼 수 있는 친구죠.
그러나 손가락 연습이 덜 되어 움직임이 부드럽지 않고,
열 손가락이 아닌 편한 몇 개의 손가락만 사용하는 문제가 있었어요.
손가락 훈련만 잘 도와주다면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유로운 연주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었어요.
가장 먼저 손가락 번호를 알려주고 번호에 맞게 건반을 누르는 연습을 반복했어요.
손가락 번호가 익숙해졌을 즈음 오선 계이름 악보를 보도록 했습니다.
ㅇㅅ 수업의 목적은 ㅇㅅ가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연주하는 것이에요.
듣는 귀와 음감이 뛰어나니 정확한 독보보다는 손가락 훈련, 코드와 반주 패턴의 이해를 중점으로
플래시카드, 자석 등 다양한 교구를 활용하며 놀이하듯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요즘은 화음 표현이 많이 늘어서 좋아하는 음악을 선생님과 즉흥적으로 포핸즈 연주를 하기도 하고요.
맑은 목소리로 노래도 부르고, 엉덩이를 씰룩이며 춤도 춘답니다.
토실토실 하얀 찐빵같이 귀여운 ㅇㅅ.
단어를 고르며 차근차근 얘기하는 ㅇㅅ의 말도 몹시 귀엽고요.
선생님 말씀도 잘 따르는 순둥이 ㅇㅅ랍니다.
ㅇㅅ와의 수업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겁습니다.
한편으로는 ㅇㅅ의 흥미와 장점을 더 살리면서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게 되고요.
ㅇㅅ와의 수업은 저에게도 큰 원동력이 되는, 특별하고 귀한 시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