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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주 0일 역아회전술 | 중앙대병원엄마의 정보/육아 정보 2020. 10. 23. 22:31반응형
2016년 3월 10일 첫째 임신 36주
중앙대병원 역아회전술 성공 후기
국내 신생아 중 4~5%밖에 되지 않는다는 역아.
처음 역아판정을 받았던 28주부터 36주에 이르기까지, 우리 덥쑥이는 뚝심 있는 역아였다.
처음엔 알아서 돌아오겠지.. 별걱정 안 했지만
양수량도 적었고, 덥쑥이가 커 갈수록 그만큼 자세를 바꾸기 힘들어지기에 점점 더 조급해졌다.
양수량을 늘리기 위해 수시로 물을 마시고, 숨이 차고 피가 쏠려 얼굴이 터질 것 같아도
역아 돌리기에 도움이 된다는 고양이 자세를 하며 조금이라도 엉덩이를 더 치켜들려 노력했다.
덥쑥아, 우리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 그러기 위해선 덥쑥이가 자세를 바꿔줘야 해..
몇 번이나 얘기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병원에서 덥쑥이가 돌아 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수술 날짜를 정해오라는 말을 듣고야 말았고
참 많이 울었다.. 특히나 우리 부부는 의료적 개입이 없는 자연주의 출산을 계획하고 준비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제왕절개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컸던 것 같다.
내 탓인 것만 같아 속상하고,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어 힘들던 와중에
오빠와 함께 고민하고 상의한 끝에 역아회전술을 시도해 보기로 결정하고, 중앙대병원으로 가서 상담을 받았다.
70% 정도의 성공 가능성을 보이지만 양수량도 많지 않고
덥쑥이 엉덩이가 내 골반 사이에 끼어 있어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술을 결정하고 다음 날 오전 8시로 예약을 잡았다.
긴장도 되고.. 잘하고 있는 걸까, 덥쑥이는 편하게 있는데 괜히 억지로 돌리려다 더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제왕절개로 출산하는 것은 무조건 안 좋은 건가.. 이런저런 생각에 밤새워 뒤척이다 3시간쯤 겨우 잤던 것 같다.
아침 6시 30분에 출발해 중앙대로 가는 동안 계속 호흡 연습하고,
혹시나 실패하더라도 덥쑥이가 싫어하는 걸로 알고 마음 편히 수술받자고 다짐했다.
막상 집을 나서니 하나도 긴장되지 않았다.
병원에 도착해서 분만대기실 침대에 누워 태동검사를 해보니 자궁 수축이 있어 보여 수액을 맞으며 대기했다.
담당 교수님 응급 수술이 잡혀 오래 기다렸는데, 나중엔 오빠도 나도 잠이 올 정도로 긴장이 풀려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11시쯤 되어 교수님이 오셔서 진행을 하게 되었다.
오빠는 분만대기실 밖에서 기다려야 된다고 해서 나갔는데, 오빠가 없으니 무섭기도 하고 오히려 편하기도 하고 이상했다.
초음파로 아기 위치, 자세 등을 정확히 확인하고, 손으로 배 위를 누르고 시계방향으로 돌리는데
뭐라 설명하긴 힘들지만.. 소리를 안 내려고 해도 저절로 입에서 소리가 나올 정도로 아팠다.
간호사들이 내 손발을 못움직이도록 꽉 누른 채로,
그 와중에 내가 호흡을 제대로 해야 아기에게 공간이 더 많이 생길 것 같아 최대한 힘을 빼고 크게 호흡하려 했다.
20분쯤 계속 시도하는데 아기 엉덩이가 내 골반 사이에서 나오질 않아
교수님은 잘 안 될 것 같다며 휴식 시간을 주고 나갔고, 오빠가 들어왔는데
땀은 뻘뻘 흘리는데도 자꾸만 온몸이 떨려 오빠가 손을 주물러줬다.
떨림이 멈추지 않으니 당황스럽고 무서워서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그냥 배에 대고 계속 말했다.
덥쑥아, 많이 힘들지.. 그래도 우리 조금만 더 힘내자.. 엄마랑 덥쑥이랑 건강하게 만나기로 했잖아..
의사선생님이 덥쑥이 자세 바꾸는 거 도와주실 거니까 힘내보자..
3~40분쯤 지났을까, 교수님이 오셔서 반대 방향으로 다시 시도를 하는데 처음보다 더 아팠다.
갈비뼈, 골반, 내장들을 헤집어 놓는 느낌이랄까.
몸도 더 떨리고 내가 큰 소리를 내며 허리를 계속 비트니 교수님이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고 아기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며 포기하려고 하셔서
똑바로 눈을 마주치고 저 괜찮아요, 조금만 더 해주세요 라고 거의 애원하듯 말했던 것 같다.
다시 시계방향으로 돌리는데 정말 이 악물고 참았다.
또 그만둘까 봐 소리도 내지 못하고, 죽을 힘을 다해 참았다.
그 전보다도 더 큰 통증이 느껴지고, 교수님이 '돌 것 같은데?'라고 하셨고, 더 아팠고, 이어서
'돌았다! 돌았어요!'라며 아랫배에 초음파기를 갖다 대니
늘 발이 보였던 그 자리에서 머리가 보인다!
감사하단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엉엉 울었다
밖에서 그렇게 크게 운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지금 생각하니 참.. 민폐였던 것 같다ㅋㅋ
수고해주신 교수님께도 당연히 너무 감사했지만, 힘들었을 텐데 잘 견뎌준 우리 덥쑥이에게 참 고마웠다.
덥쑥아 고마워, 너 진짜 멋있다, 너 짱이다ㅋㅋ라고 말하며 한참을 울다가,
내가 울면 가뜩이나 힘든 덥쑥이가 더 불안해질 것 같아 울음을 그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조금 휴식을 취하니 온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욱신거리고 아파왔는데,
덥쑥이와 내가 함께 무언가 큰 일을 해냈다는 생각이 들어 그 통증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시술 성공 직후 울고 있는 나를 두어 번 토닥이곤 사라지신 교수님 이하 선생님들께 뒤에 들어온 오빠를 시켜 인사하도록 했지만
직접 뵙고 감사인사를 드리지 못했던 게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덥쑥아, 우리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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