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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0324) 출산 후기 초산 자연분만 38주 0일
    엄마의 정보/육아 정보 2020. 10. 29.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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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아회전술로 덥쑥이를 돌린 3월 10일,

    중앙대병원에서 수원 집으로 돌아올 때부터 난 계속 잠을 잤는데

    그날 밤 생리통처럼 싸한 통증이 느껴 졌었다.

    그동안 있었던 가진통보다는 더 아파서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다음날 오전 11시쯤 병원에 가서 태동검사와 첫 내진을 했더니

    3~4분 간격의 진진통이며 자궁문이 1cm 열렸다고 했다.

    진통이 더 심해지거나 양수가 터지면 다시 오기로 하고 집으로 가서

    출산 가방을 점검하고 집안 정리를 하니 이슬이 나왔다.

    (의사 선생님은 그 날 새벽에 출산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셨다)

     

    그때부터 약 10일 동안 거의 매일 밤 병원을 찾았다.

    진통 간격은 2분까지 짧아지고 자궁 수축도 더 세졌는데

    자궁문은 계속 1cm..

    짜증나고 억울하고 예민의 극치를 달리던 시기였다ㅠㅠ

    그 주 수의 아기들은 보통 골반 정도까지 내려와 있는데

    우리 덥쑥이는 역아회전술을 받아 아직 위에서 양수에 둥둥 떠 있는 것이었다.

    아기가 얼른 내려오도록 하루 2~3시간씩 빠른 걸음으로 걷고 틈날 때마다 짐볼 운동을 했다. 

    최후의 만찬도 몇 번이나 먹었는지 모르겠다..ㅋㅋ

    18일엔 내진하며 자궁마사지를 해 주셔서 자궁문이 2cm로 열렸다.

     

    진통도 진통이지만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22일 새벽 2시, 잠이 안 와 거실 소파에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데

    밑에서 약간 많은 양의 분비물이 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양수가 새는 것 같아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데

    그때와는 뭔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밤마다 자는 오빠를 깨워 병원에 가는 것도 이제 미안해진 지경이었기 때문에(ㅋㅋ)

    침착하게 밑에 힘을 몇 번 줘 봤는데 그때마다 계속 뭔가가 나온다.

    오빠에게 이번엔 진짜인 것 같아..라고 말하고 속옷을 갈아입었는데

    1분도 되지 않아 속옷이 또 흥건히 젖었다.

    오빠에게 보여주니 오빠도 그제야 벌떡 일어나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갔다.

    분만실 침대에 누워 내진을 하니 양수가 맞다고 했고, 자궁문은 여전히 2cm 열려있었다.

     

    양수가 터지면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항생제를 맞고 새벽 3시에 입원했다.

    8시간마다 항생제를 맞아야 했고 수시로 태동검사를 하며 덥쑥이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아기가 내려올 수 있도록 틈날 때마다 병원 구름다리에서 10km 이상을 걷고, 짐볼 운동을 했지만 이틀 동안 진행이 거의 없었다.

    최대한 버텨서 자연주의출산으로 아기를 만나고 싶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도 지치고 양수가 없어 아기도 힘들 수 있기 때문에

    24일 새벽까지 아무 진척이 없으면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다.

    거의 울면서 운동하고, 내진으로 자궁문을 3cm까지 열었지만

    24일 오전 6시 30분, 결국 촉진제를 맞았다.

    그때부터 엄청난 진통.. 양수가 많이 나온 상태여서 자궁수축력에 비해 통증은 훨씬 컸다.

    11시쯤 척추에 무통 주사를 꽂는데 허리디스크가 있어서 그런지 그것도 너무 아팠다ㅠㅠ (다 맞고 나서 간호사가 디스크 있냐고 물어보는 건 뭘까)

    무통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나와 덥쑥이의 힘으로 출산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분만실에 들어가 간호사가 ‘무통 맞을 거죠?’라고 물었을 때 난 격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ㅋㅋ

    무통 천국. 1시간 반가량의 평온.

    오빠가 어른들께 전화를 드리고 (진통 시작됐다고 섣부르게 연락 안 드리길 천만다행)

    난 다시 운동하러 구름다리로 가고 오빤 밥을 먹고 왔다.

    1시 20분, 자궁마사지를 하며 힘을 주니 덥쑥이가 내려와 자궁문이 8cm까지 열렸고

    본격적으로 진행이 시작되었다.

    오빠 손을 잡고 진통에 맞춰 여덟까지 세며 힘주기. 

    진통 간격은 점점 짧아졌고, 나는 진통을 오른쪽 골반으로만 한 것 같다ㅠㅠ

    아기가 편하게 나올 수 있도록 간호사가 계속 입구를 손으로 넓혀줬는데

    내가 느끼는 통증에 비해 아기는 느리게 내려와 짜증 나고 힘들어서 나중엔 그만하고 싶다고 징징거렸다ㅋㅋ

    콧구멍으로 수박이 나온다는 표현이 딱 맞다.

    회음부를 절개하는 게 느껴지고, 머리가 나오고, 미끄덩하게 몸이 나오더니 응애, 응애 두 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내 가슴 위에 따뜻한 게 올려졌다.

    2016년 3월 24일 16시 02분. 2960g의 덥쑥이를 만났다.

    처음 덥쑥이를 보면 울 줄 알았는데, 눈물도 안 나고 그냥 멍했다. (오빠는 울었다ㅋㅋ)

    오빠가 내 귀에 대고 고생했어라고 속삭였는데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시끄럽다고 했나 보다ㅋㅋ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얘기한다. 평생 갈듯

    태맥이 멈춘 뒤 오빠가 탯줄을 잘랐고, 나는 오빠에게 둘째 갖자고 말했다ㅋㅋ

     

    태반이 저절로 나오지 않아서 손으로 꺼냈다.

    나중에 들어보니 보통 잘 안 맞는 자궁수축제를 나는 두 통이나 썼고

    출혈도 수술한 것만큼 많이 나와 빈혈 수치가 엄청나게 떨어졌다.

    출산 이후 병원에서 나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주치의 선생님은 나에게 만삭 산모들한테 강의하고 가라고 했다.

    한 달 하고도 이틀이 지난 지금, 덥쑥이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잘 싸고.. 아주아주 잘 지내고 있다!

     

    하루하루가 꿈만 같다.

    체력적으로는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힘이 들지만,

    말 그대로 뜬금없이 보이는 미소 한 방에 힘든 게 사르르 녹아버린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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