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클래식/Fauré Music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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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재능엄마의 클래식/Fauré Music Studio 2024. 2. 7. 07:23
열이면 열 안 예쁜 아이가 어디 있겠냐마는, 가르치는 이에게 영리한 아이는 아무래도 눈에 띄기 마련입니다. 피아노를 가르치는 저의 입장에서는 선천적으로 또는 유아기부터 악기를 접해 음감이 뛰어난 아이, 지능이 높아 처음 보는 악보도 곧바로 손가락으로 옮길 줄 아는 아이, 가르치는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그대로 표현해 내는 아이와 피아노를 칠 때면, 주제넘은 말이지만 동네 상가 피아노학원을 다녔다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떠오르곤 합니다. 이 아이들과는 더욱 깊고 풍부한 음악을 만들어갈 수 있지요.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마침내 해내는 아이에게는 더 마음을 쏟게 됩니다. 손가락이 마음대로 안 되어 자꾸만 틀린 음을 누르고, 리듬감이 부족해 정박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리듬을 표현해 내지 못하고, 이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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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뮤직스튜디오의 피아노엄마의 클래식/Fauré Music Studio 2024. 1. 26. 07:42
초등학생 시절부터 함께 해온 제 피아노예요. 97년 제조되었고, 아마 그 해 구입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삼익 업라이트 중 최상급 라인인 데다 IMF 직전에 생산되어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마지막 모델이에요. 현재 생산되는 피아노 보다도 더 좋은 목재라며 만나는 조율사님마다 감탄하곤 하신답니다. 콘솔 피아노임에도 풍부한 성량을 자랑해요. 그래서 스튜디오 방음에 특별히 신경을 쓰기도 했지요. 방음 시공의 영향으로 울림이 깊고 풍성했던 소리가 다소 소프트하게 들리는데, 그것 또한 매력적이에요. 불필요한 울림이 적어져 단단한 본래의 소리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답니다. 건반도 묵직해서 손가락 힘을 기르고 테크닉을 향상하는 데 좋아요. 수십 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세련된 디자인은 자꾸만 피아노를 만지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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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얼굴엄마의 클래식/Fauré Music Studio 2023. 12. 6. 11:09
피아노를 가르친다. 수백 명의 학생 중에는 다섯 살 꼬꼬마도, 60대 어르신도 있었지만 압도적 다수는 역시 초등학생이다. ‘초등학생’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 칭해도, 사실 이들은 몹시 급격한 발달 차를 가진다. 1-2학년은 이제 막 아기 티를 벗어가는 노랑 병아리들. 3-4학년은 규칙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해도 되는 일과 해선 안 되는 일을 스스로 구분할 줄 알게 되는 의젓한 어린이. 감정이 예민해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는 여자아이들과 코 밑이 거뭇해지는 남자아이들, 다 큰 줄 알지만 아직은 엄마 품 안인 5-6학년. 이들 모두 초등학생이다. 내가 특히 사랑하는 그들의 얼굴이 있다. 그건 바로 집중하는 옆모습이다. 피아노는 주로 선생님과 학생이 나란히 붙어 앉아 1 대 1 수업을 하는데, 그들의 집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