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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와 베토벤의 너무 늦은 만남 -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 19번, D.958 Schubert : Piano Sonata No.19엄마의 클래식/테마로 듣는 클래식 2020. 12. 10. 00:18반응형
바흐-모차르트-베토벤에 이은 천재 음악가,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그는 평소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을 자신의 음악적 롤모델로 삼으며 가장 존경했습니다. 둘은 불과 2k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살고 있었지만, 슈베르트는 소심한 성격 탓에 만날 용기를 내지 못했지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가 작곡된 1827년은 베토벤이 운명을 달리한 해이기도 합니다. 1827년 3월 19일, 슈베르트는 베토벤이 죽음에 이르기 일주일 전에야 어렵사리 그를 방문했습니다. 슈베르트는 베토벤에게 인사하는 한편 자신의 악보를 보여줬는데요. 악보를 보고 크게 감탄한 베토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네를 조금만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것을… 내 명은 이제 다 되었네. 슈베르트, 자네는 분명 세상에 빛낼 수 있는 훌륭한 음악가가 될 것이네. 그러니 부디 용기를 잃지 말게…"
하지만 이러한 베토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합병증으로 인해 힘이 들어 보였고 말할 때마다 계속되는 기침으로 슈베르트는 자신이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괴로울 지경이었습니다. 베토벤은 청력상실로 듣지 못하는 탓에 슈베르트에게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적으라고 했지만, 슈베르트는 자신이 존경하는 음악가의 병이 든 처참한 모습을 보고 일찍 만나지 못한 자괴감과 후회감으로 괴로운 나머지 인사말도 없이 그대로 방을 뛰쳐나가고 맙니다. 슈베르트와 베토벤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지요. 1827년 3월 26일, 베토벤은 세상을 떠납니다. 슈베르트는 그의 장례에 참여하여 운구를 했는데, 그야말로 종일 울며 말도 못 할 정도로 크게 슬퍼했다고 합니다.
이듬해인 1828년, 슈베르트도 알 수 없는 병으로 31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맙니다. 죽기 전 마지막 반년 동안 그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그 어떤 뛰어난 작곡가들보다 월등한 곡을 썼는데요. 그 중에는 슈베르트 최후의 3대 소나타라고도 불리는 피아노 소나타 19번, 20번, 21번이 있습니다. 이 곡들은 슈베르트가 베토벤처럼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감동을 담은 작품을 꼭 쓰고 말겠다는 다짐 하에 병마와 싸워가며 만들어낸 곡들이지요. 특히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9번, D.958 Schubert : Piano Sonata No.19, D.958은 베토벤 곡을 가장 많이 떠올리게 합니다.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 연주,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 19번, D.958 Schubert : Piano Sonata No.19, D.958를 들어보세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 19번, D.958 Schubert : Piano Sonata No.19, D.958 피아노 악보
1828년 11월 19일, 슈베르트는 31살이라는 너무나도 한창의 나이에 위대한 작곡가의 삶을 마감했습니다. 혼수상태인 그가 "묻히는… 건… 싫어… 홀로 있는 건 싫어…"라며 중얼거리자 그의 형은 "프란츠, 모두 널 걱정하여 모였단다. 걱정마라."라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슈베르트 이렇게 외쳤습니다. "하지만, 여긴 베토벤이 없어!" 그리고 곧 숨을 거두었습니다. 슈베르트는 그의 바람대로 그토록 존경하던 베토벤의 옆에 나란히 안장되었습니다.
슈베르트가 음악적으로 베토벤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그의 작품 중 일부는 베토벤의 분위기를 띄기도 하지만, 슈베르트 음악은 자유롭고 아름다운 멜로디와 화성 진행, 독일 가곡의 시조가 되며 '가곡의 왕'이라 불릴 만큼 방대하고 뛰어난 가곡 작품 등 그만의 분명한 특색으로 초기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합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슈베르트의 소나타를 베토벤과의 인연에 집중하여 소개해드렸는데요. 저의 부족한 글솜씨로 그의 위대한 작품들이 베토벤의 아류로 표현되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부디 오해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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