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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과 괴테의 테플리츠 사건 -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Op.84 Beethoven Egmont Overture Op.84 | 듣기, 악보엄마의 클래식/테마로 듣는 클래식 2020. 12. 10. 23:19반응형
[테마로 듣는 클래식] 베토벤과 괴테의 테플리츠 사건 -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Op.84 Beethoven : Egmont Overture Op.84
어제 올린 포스팅에서는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만남을 이야기를 했는데요. 오늘은 베토벤과 괴테의 일화입니다.
베토벤은 자의식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제 아무리 귀족들이 돈을 많이 줘도 자신의 음악작업에 간섭하면 가차 없이 쓴소리를 퍼부었고, 부모를 잘 만난 덕에 호의호식하는 왕족이나 귀족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지요.
1809년 말, 베토벤이 괴테의 희곡 '에그몬트'의 부수음악을 작곡하라는 의뢰를 받고 다음 해인 1810년 작품을 완성합니다. 이 시기는 베토벤의 청력이 악화되며 점점 사람들 만나기를 꺼리며 독서와 사색에 빠져들고, 음악에서도 본격적으로 심오해지던 때인데요. 1811년 봄, 베토벤은 두통과 고열을 겪으며 중병에 걸렸습니다. 주치의의 권유로 치료차 테플리츠(현 체코의 테플리체)를 방문한 베토벤은 그곳에서 괴테를 만나게 되었는데요. 베토벤은 평소 괴테의 글을 좋아했고 괴테도 베토벤의 명성을 잘 알던 터라 둘은 21살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었지요. 어느 날 베토벤과 괴테는 공원을 함께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이 대작곡가와 대문호를 향해 머리를 숙이고 경의를 표했지요. 하지만 이에 대해 모자를 벗고 일일이 답례하는 것은 괴테뿐, 베토벤은 상념에 사로잡혀 먼 하늘만 응시할 뿐이었습니다. 계속되는 인사에 마침내 귀찮아진 괴테가 말했습니다.
"선량한 시민들이란 따분한 존재들이구려. 덮어놓고 자꾸 절만 하니 말이오."
그러자 그때까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베토벤이 말했습니다.
"저, 괴테 선생, 제가 이렇게 말한다고 섭섭해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전부 저에게 인사하는 거랍니다."
하루는 두 사람이 점심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괴테가 '오스트리아 황후는 예술에 대하여 훌륭한 생각을 지니고 있으므로 존경한다.'라는 자신의 뜻을 밝히자, 베토벤은 격한 말투로 '귀족 따위가 당신이나 나의 귀한 예술을 왈가왈부 한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응수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이 산책을 하고 있는데, 마침 그들이 이야기했던 황후가 신분 높은 귀족들에 싸여 저편에서 오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본 베토벤은
"귀족들도 우리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길을 양보할 것이니 계속 걸으십시오."
라고 말했으나, 괴테는 황급히 길가로 비켜 모자를 벗고 황후 행렬에 경의를 표했습니다. 베토벤은 혼자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무표정하게 걸어갔지요. 그러자 황후와 귀족들은 그를 위해 길을 양보하고 그에게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베토벤은 그들의 행렬을 바로 통과하고는 괴테를 기다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떻소, 내 말이 맞았지요. 당신도 이제부터는 저런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지 말고 저런 사람들이 경의를 표하게 만드시오. 나는 당신을 존경하고 당신의 작품을 존경하기 때문에 당신을 기다렸지만 당신은 그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존경심을 보였습니다."
이 일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후 괴테는 베토벤에 대해 "그의 재능은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불행히도 그는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은 성격입니다. 그가 세상을 혐오스럽게 여기는 것이 전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그러한 그의 태도는 자신이나 타인을 더 이상 즐겁게 하지 못합니다."라고 말했으며, 베토벤도 "괴테는 시인이 되는 것보다 훨씬 더 궁정의 분위기를 좋아합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Leonard Bernstein,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Wiener Philharmoniker 연주의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Op.84 Beethoven : Egmont Overture Op.84 입니다.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Op.84 Beethoven : Egmont Overture Op.84 악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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