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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shibal keep going엄마의 생각/생각 2022. 11. 21. 23:54
좋은 말로 다재다능, 나쁜 말로는 다방면에 애매한 재능을 가진 사람. 한 가지 분야를 진득하게 개발하지 못하고 쉽게 그만둬버리는 사람, 한 마디로 끈기가 없는 사람. 그게 바로 나였다. 어린 시절엔 공부도, 피아노도, 운동도 잘하고 친구도 많아 늘 칭찬을 받았다. 고3 때는 음대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체육교육과에 지원해볼까 고민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애매한 재능이 효력을 다하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질 즈음이면 금방 흥미를 잃고 그만두기 일쑤였다. 첫 아이를 낳고 몸도 마음도 많이 망가졌다. 숨 쉴 틈이 필요했다. 아이가 12개월이 되자마자 어린이집에 보냈다. 엄마가 되고 처음 갖게 된 자유시간, 체력을 기르고 싶었다. 돈 안 들이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을까. 그즈음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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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anax엄마의 생각/생각 2022. 11. 18. 15:52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기억들이 있다. 그때의 상황과 감정들이 마치 지금인 듯 생생하다. 어젯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는데 문득 떠올랐다. 방 문을 꼭꼭 잠그고 책상 밑에 의자 밑에 이불속에 웅크렸다. 검지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막고 엄지 손가락으로 귓불을 접어 막고 나머지 세 손가락으로 귓바퀴를 막았다. 그래도 다 들렸다. 소리를 막으려고 소리를 질렀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온통 땀범벅 눈물범벅 귀에는 상처가 났다. 한 사람은 폭력을 휘둘렀고 한 사람은 하소연했다. 나는 괜찮았지. 밝고 활발하고 뭐든지 잘하는 모범생. 그러나 그 나이의 아이를 키우며 이렇게 한 번씩 그때의 내가 그려진다. 이렇게 작았구나 이렇게 어렸구나. 그들은 최선을 다했겠지. 탓은 상대에게나 있는 거지. 아무도 이해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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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딱 한 달만엄마의 생각/수영 2022. 11. 17. 16:02
수영 강습 첫날. 아릿한 수영장 냄새를 맡으며 쭈볏쭈볏 수영장에 들어갔다. 레인 앞에는 반 이름이 적힌 팻말이 하나씩 세워져 있었다. 나는 ‘기초반’, 맨 가장자리 레인이었다. 손과 발, 팔다리, 어깨와 복부, 마지막 가슴까지 차례대로 물을 묻히고 조심조심 풀 안으로 내려갔다. 바닥을 딛고 서니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찼다. 긴장을 해서인지 미지근한 물이 조금 춥게 느껴졌다. 기초반 레인에는 스무명 남짓의 사람들이 어색하게 서 있었다. 나도 함께 어색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물아래의 파란색 타일과 여덟 개의 레인을 가르는 삼원색 레인 로프, 머리 위에는 거리를 표시하는 용도인 듯한 세모난 깃발이 횡렬로 매달려있고, 높은 벽 한가운데에 큼지막한 빨간 전자시계, 높은 사다리 의자에 앉아 계시는 안전요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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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 롱 티보 콩쿠르 공동1위 |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 Prokofiev Piano Concerto No. 2, Op. 16엄마의 클래식/테마로 듣는 클래식 2022. 11. 15. 14:48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피아니스트 이혁이 프랑스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공동 우승을 차지했어요. 롱 티보 콩쿠르는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마거리트 롱(Marguerite Long, 1874-1966)과 바이올리니스트 쟈크 티보(Jacques Thibaud, 1880-1953)에 의해 설립된 국제 음악 콩쿠르입니다. 1943년부터 시작된 이 콩쿠르에서 2001년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한국으로서 처음 1위를 수상한 이후 21년 만에 다시 피아노 부문 한국인 우승자가 탄생했습니다. 피아니스트 이혁은 2000년생으로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을 거쳐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는데요. 2012년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와 2016년 폴란드 파데레프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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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의 송어? 숭어? | 세탁기에서 나오는 음악 | Schubert:Die Forelle | 듣기, 가사엄마의 클래식/테마로 듣는 클래식 2022. 11. 13. 00:29
낭만주의 가곡의 왕, 프란츠 슈베르트 Franz Schubert. 오늘은 운치 있는 가을날 듣기 좋은 슈베르트의 음악을 들고 왔습니다. '숭어'라는 잘못된 제목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바로 그 곡. 슈베르트의 송어 Die Forelle입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연어과의 송어는 민물고기, 숭어는 바닷물고기로 서로 전혀 다른 개체인데요. 우리가 오랜 시간 슈베르트의 송어를 잘못된 제목 '숭어'로 알고 있었던 이유는, 일본의 잘못된 번역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학창 시절 음악 교과서에서조차 이 곡의 제목이 '숭어'라고 표기되었던 기억이 나요. ㅠㅠ 슈베르트의 송어 Die Forelle. 들어보시면 분명 '아!' 하실 거예요. 특히 4악장은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바로 이 곡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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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번 해 보자. 등록!엄마의 생각/수영 2022. 11. 11. 11:52
마침 집과 멀지 않은 거리에 공공 수영장이 있었다. 이 동네에 4년째 살면서 수영장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비정기적으로 개설되는 기초반 수업도 기다렸다는 듯 신규 회원을 찾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한번 해 보자. 등록! 나의 수영 실력을 말하자면, 다행히도 물을 무서워하진 않았다. 초등학교 1, 2학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어언 20여 년 전. 방학 때 한 달간 열리는 수영 특강을 다녔다. 자유형과 배영을 속성으로 배웠는데 정확한 영법을 구사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릴 적 조금이나마 배워둔 덕분에 지금은 물 위에 떠서 발을 찰 수 있고, 음파 호흡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수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딱 그만큼이었다. 처음이지만 어리숙한 모습이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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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제발 다른 운동을 말씀해 주세요.엄마의 생각/수영 2022. 11. 10. 15:55
“선생님, 제발 다른 운동을 말씀해 주세요.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없습니다. 걷는 것도 안 됩니다. 수영하세요.” 꼬부랑 할머니처럼 허리를 펼 수 없던 겨울이 있었다. 허리뼈 사이의 추간판이 삐죽 튀어나와 신경을 눌렀다. 아이가 어려 병원도 쉽게 가지 못하던 때였다. 꼬리뼈에 신경 주사를 맞고서야 조금씩 허리를 세울 수 있었다. 가정 보육 중이던 둘째 아이가 봄이 되어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면서 그토록 괴로웠던 허리 통증도 조금씩 잊혀갔다. 매일 아이들을 보내고 동네 뒷산을 오르며 모처럼의 자유와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만끽했다. 여유롭게 산을 오르던 기쁨도 잠시, 한 달이 되자 다시 통증이 느껴졌다. 병원을 찾아가자 무시무시한 처방이 내려졌다. ‘수영’.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만 두 아이를 낳고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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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의 Nxde, 어디서 많이 들어본 멜로디라고요? | 비제의 카르멘-하바네라 | Bizet:Carmen-Havanera엄마의 클래식/테마로 듣는 클래식 2022. 11. 7. 10:52
안녕하세요, 덥쑥입니다. 얼마 전 발매된 여자아이들의 Nxde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무려 1억 뷰를 돌파했다고 하는데요. (여자)아이들((G)I-DLE) - 'Nxde' 혹시 이 곡을 들으면서, 어딘가 익숙한 멜로디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셨나요?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아리아 하바네라의 멜로디를 차용했기 때문이에요. Bizet , Anna Caterina Antonacci, The Royal Opera 비제 오페라 카르멘에는 카르멘이라는 이름을 가진 집시 출신 처녀가 있습니다. 매력적인 그녀에게 많은 남자들이 구애를 하는데요. 수많은 남자들 중 단 하나, 돈 호세만은 카르멘에게 관심이 없었죠. 카르멘은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돈 호세에게 이끌립니다. 이때 카르멘이 부르는 노래가 바로 하바네라예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