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
2. 딱 한 달만엄마의 생각/수영 2022. 11. 17. 16:02
수영 강습 첫날. 아릿한 수영장 냄새를 맡으며 쭈볏쭈볏 수영장에 들어갔다. 레인 앞에는 반 이름이 적힌 팻말이 하나씩 세워져 있었다. 나는 ‘기초반’, 맨 가장자리 레인이었다. 손과 발, 팔다리, 어깨와 복부, 마지막 가슴까지 차례대로 물을 묻히고 조심조심 풀 안으로 내려갔다. 바닥을 딛고 서니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찼다. 긴장을 해서인지 미지근한 물이 조금 춥게 느껴졌다. 기초반 레인에는 스무명 남짓의 사람들이 어색하게 서 있었다. 나도 함께 어색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물아래의 파란색 타일과 여덟 개의 레인을 가르는 삼원색 레인 로프, 머리 위에는 거리를 표시하는 용도인 듯한 세모난 깃발이 횡렬로 매달려있고, 높은 벽 한가운데에 큼지막한 빨간 전자시계, 높은 사다리 의자에 앉아 계시는 안전요원 선생님..
-
1. 한번 해 보자. 등록!엄마의 생각/수영 2022. 11. 11. 11:52
마침 집과 멀지 않은 거리에 공공 수영장이 있었다. 이 동네에 4년째 살면서 수영장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비정기적으로 개설되는 기초반 수업도 기다렸다는 듯 신규 회원을 찾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한번 해 보자. 등록! 나의 수영 실력을 말하자면, 다행히도 물을 무서워하진 않았다. 초등학교 1, 2학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어언 20여 년 전. 방학 때 한 달간 열리는 수영 특강을 다녔다. 자유형과 배영을 속성으로 배웠는데 정확한 영법을 구사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릴 적 조금이나마 배워둔 덕분에 지금은 물 위에 떠서 발을 찰 수 있고, 음파 호흡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수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딱 그만큼이었다. 처음이지만 어리숙한 모습이고 싶..
-
0. 제발 다른 운동을 말씀해 주세요.엄마의 생각/수영 2022. 11. 10. 15:55
“선생님, 제발 다른 운동을 말씀해 주세요.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없습니다. 걷는 것도 안 됩니다. 수영하세요.” 꼬부랑 할머니처럼 허리를 펼 수 없던 겨울이 있었다. 허리뼈 사이의 추간판이 삐죽 튀어나와 신경을 눌렀다. 아이가 어려 병원도 쉽게 가지 못하던 때였다. 꼬리뼈에 신경 주사를 맞고서야 조금씩 허리를 세울 수 있었다. 가정 보육 중이던 둘째 아이가 봄이 되어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면서 그토록 괴로웠던 허리 통증도 조금씩 잊혀갔다. 매일 아이들을 보내고 동네 뒷산을 오르며 모처럼의 자유와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만끽했다. 여유롭게 산을 오르던 기쁨도 잠시, 한 달이 되자 다시 통증이 느껴졌다. 병원을 찾아가자 무시무시한 처방이 내려졌다. ‘수영’.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만 두 아이를 낳고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