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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 제발 다른 운동을 말씀해 주세요.
    엄마의 생각/수영 2022. 11. 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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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제발 다른 운동을 말씀해 주세요.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없습니다. 걷는 것도 안 됩니다. 수영하세요.”

     

     

     

     꼬부랑 할머니처럼 허리를 펼 수 없던 겨울이 있었다. 허리뼈 사이의 추간판이 삐죽 튀어나와 신경을 눌렀다. 아이가 어려 병원도 쉽게 가지 못하던 때였다. 꼬리뼈에 신경 주사를 맞고서야 조금씩 허리를 세울 수 있었다. 가정 보육 중이던 둘째 아이가 봄이 되어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면서 그토록 괴로웠던 허리 통증도 조금씩 잊혀갔다. 매일 아이들을 보내고 동네 뒷산을 오르며 모처럼의 자유와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만끽했다.

     

    연두 잎이 자라나던 4월의 산

     

     

     

     여유롭게 산을 오르던 기쁨도 잠시, 한 달이 되자 다시 통증이 느껴졌다. 병원을 찾아가자 무시무시한 처방이 내려졌다. ‘수영’.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만 두 아이를 낳고 20kg 가까이 체중이 불어버린 나에게 수영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운동이었다. 퉁퉁한 뱃살과 팔다리를 가리려 박시한 옷만 찾아 입고, 심지어 달라붙는 핏이 부담스러워 래시가드도 하나 사지 않은 내가 수영복을 입는다고? 절대 못 할 일이었다. 하지만 나만큼이나 의사 선생님도 완고하셨다. 걷기 운동도 안 된다며 무조건 수영만을 외치셨다. 선생님 제발요…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 수영복을 주문했다. 수영복을 입고 싶지 않은 것보다 아프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사이즈가 맞는 수영복을 찾기도 어려웠다. 저렴한 것 중에서도 눈에 띄지 않을 어두운 색 수영복. 거기에 허리 라인을 따라 안쪽으로 곡선 무늬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골랐다. 이 무늬가 조금이나마 내 허리를 잘록하게 보이게 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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