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생각/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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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수영의 매력엄마의 생각/수영 2023. 1. 19. 17:31
우월감은 나의 원동력이다. 사람들이 나의 잘남에 감탄할 때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잘남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쏟는다. 우월감은 줄곧 나를 경쟁에서 이기게 해 주었다. 나에게 잘난 모습이 있다면, 그것의 원천은 바로 우월감일 게다. 우월감이라는 건, 실은 열등감과 다르지 않다. 남에게 지거나 못한 상황을 견디기 힘들다. 이럴 땐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노력하거나, 회피하거나. 노력으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면 깨끗이 손을 놓는 게 나의 전략이다. 수영을 피하고 싶었던 이유로 수영복의 노출이 부담스러웠다고 말하곤 하지만, 사실은 이 우월감 내지는 열등감도 한몫했다. 어릴 적 방학마다 한 달간 열리는 수영 방학 특강에 다닌 적이 있다. 초등학생 전 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수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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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바다 수영엔 역시 평영이다!엄마의 생각/수영 2023. 1. 4. 17:49
2박 3일의 여름휴가를 떠났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그동안 갈고닦아온 나의 수영 실력을 보여줄 때가 온 것이다. 우리는 강원도 고성으로 향했다. 남편은 텐트를 치고 아이들은 모래 놀이를 했다. 나는 곧장 바다로 달려갔다. 별다른 장비는 필요 없었다. 속이 비치지 않고 움직임이 편한 운동복과 물안경 하나. 그거면 충분했다. 호기롭게 뛰어들었지만, 놀랍게도 8월의 고성 바다는 정신이 번쩍 들도록 차가웠다. 동해는 수심이 깊어 온도 변화가 느리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한발 내딛을 때마다 ‘윽’ 하고 숨이 멎었다. 몇 번의 ‘윽’을 지나 물이 허벅지까지 닿았을 때, 몸을 웅크리고 조금씩 자세를 낮췄다. 엉덩이, 배꼽, 가슴… 마침내 어깨까지 물이 차올랐고, 비로소 나는 가슴 위로 교차하고 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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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평영 고비엄마의 생각/수영 2022. 12. 12. 14:13
' 중 급 반 ' 매일 수영장에 출근 도장 찍는 게 익숙해질 무렵, 반 이름이 바뀌었다. 두 달간 빠짐없이 강습에 출석하며 자유형과 배영을 수월하게 익힌 기특한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무려 중급반이나 되었는데, 초보 티 나는 수영복은 이제 벗어도 되지 않을까? 그래. 새 수영복을 사자! 새 수영복을 입고 평영을 배우게 되었다. 일명 개구리헤엄. 먼저 풀 벽을 잡고 발차기를 배웠다. 무릎을 구부려 양발을 동시에 엉덩이 쪽으로 모았다가 다리를 벌리며 쭉 편다. 강사님이 다리를 잡고 알려주셔도 동작이 잘 익혀지지 않았다. 서툴게 다리를 밀어낼 때마다 몸이 붕 떠오르며 밀리는 게 느껴졌다. 드디어 킥판을 잡았다. 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몸을 가볍게 띄우고 양발을 힘껏 찼다. 분명 ‘힘껏’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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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엄마의 생각/수영 2022. 12. 2. 12:24
“이제 누가 잘하는지 가려지죠? 빠른 분은 앞으로 오세요. 회원님은 맨 앞으로.” 강습 일주일이 지나자 암묵적인 자리가 정해졌다. 고만고만한 수영 병아리 사이에서 얼떨결에 1번이 되었다. 강습이 없는 날에는 매일 자유 수영을 갔다. 강습에서 배운 것을 복습하고, 다음 시간에 배울 내용을 시도해 보기도 했다. 아직 킥판 잡고 25m 한 번 가는 것도 무척 힘들었지만, 물 안에 있는 그 자체만으로 이미 충분히 즐거웠다. 여기서 잠깐! 자유 수영은 강사의 지시 없이 자율적으로 연습하는 시간인 만큼 매너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우측통행 -풀 레인 바닥에는 중앙선이 표시되어 있다. 중앙선을 중심으로 양방향 우측통행을 한다. 벽면의 터닝 타깃은 비워 두기 -풀의 양쪽 벽 중앙에는 턴을 위한 포인트가 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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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초반엄마의 생각/수영 2022. 11. 27. 15:15
한 달간의 기초반 강습이 시작되었다. 우리 수영장 기초반에서는 기본 호흡법과 발차기로 시작해 자유형까지 배운다. 수영에서의 호흡은 일명 ‘음파 호흡’. 물속에서 코로 숨을 내뱉고, 얼굴을 잠깐 물 밖으로 내밀어 입으로 들이마시는 호흡법이다. 자세히 얘기하자면 물속에서 코로 ‘음-‘ 허밍 하듯 숨을 내뱉으며 보그르르 공기 방울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물 밖에서 입으로 남아있는 숨을 ‘파’ 뱉어내는 동시에 ‘헙!’ 들이마신다. ‘음’과 ‘파’의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하면 코로 입으로 물이 들어가 몹시 괴로워진다. 다들 서로 초면인 사람들이 헐벗은 차림으로 물속에서 머리를 빼꼼 거리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것도 어린 시절 놀이하듯 배웠던 동작을 다 큰 성인의 몸으로 다시 하는 게 얼마나 겸연쩍은 일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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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딱 한 달만엄마의 생각/수영 2022. 11. 17. 16:02
수영 강습 첫날. 아릿한 수영장 냄새를 맡으며 쭈볏쭈볏 수영장에 들어갔다. 레인 앞에는 반 이름이 적힌 팻말이 하나씩 세워져 있었다. 나는 ‘기초반’, 맨 가장자리 레인이었다. 손과 발, 팔다리, 어깨와 복부, 마지막 가슴까지 차례대로 물을 묻히고 조심조심 풀 안으로 내려갔다. 바닥을 딛고 서니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찼다. 긴장을 해서인지 미지근한 물이 조금 춥게 느껴졌다. 기초반 레인에는 스무명 남짓의 사람들이 어색하게 서 있었다. 나도 함께 어색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물아래의 파란색 타일과 여덟 개의 레인을 가르는 삼원색 레인 로프, 머리 위에는 거리를 표시하는 용도인 듯한 세모난 깃발이 횡렬로 매달려있고, 높은 벽 한가운데에 큼지막한 빨간 전자시계, 높은 사다리 의자에 앉아 계시는 안전요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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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번 해 보자. 등록!엄마의 생각/수영 2022. 11. 11. 11:52
마침 집과 멀지 않은 거리에 공공 수영장이 있었다. 이 동네에 4년째 살면서 수영장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비정기적으로 개설되는 기초반 수업도 기다렸다는 듯 신규 회원을 찾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한번 해 보자. 등록! 나의 수영 실력을 말하자면, 다행히도 물을 무서워하진 않았다. 초등학교 1, 2학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어언 20여 년 전. 방학 때 한 달간 열리는 수영 특강을 다녔다. 자유형과 배영을 속성으로 배웠는데 정확한 영법을 구사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릴 적 조금이나마 배워둔 덕분에 지금은 물 위에 떠서 발을 찰 수 있고, 음파 호흡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수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딱 그만큼이었다. 처음이지만 어리숙한 모습이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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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제발 다른 운동을 말씀해 주세요.엄마의 생각/수영 2022. 11. 10. 15:55
“선생님, 제발 다른 운동을 말씀해 주세요.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없습니다. 걷는 것도 안 됩니다. 수영하세요.” 꼬부랑 할머니처럼 허리를 펼 수 없던 겨울이 있었다. 허리뼈 사이의 추간판이 삐죽 튀어나와 신경을 눌렀다. 아이가 어려 병원도 쉽게 가지 못하던 때였다. 꼬리뼈에 신경 주사를 맞고서야 조금씩 허리를 세울 수 있었다. 가정 보육 중이던 둘째 아이가 봄이 되어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면서 그토록 괴로웠던 허리 통증도 조금씩 잊혀갔다. 매일 아이들을 보내고 동네 뒷산을 오르며 모처럼의 자유와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만끽했다. 여유롭게 산을 오르던 기쁨도 잠시, 한 달이 되자 다시 통증이 느껴졌다. 병원을 찾아가자 무시무시한 처방이 내려졌다. ‘수영’.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만 두 아이를 낳고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