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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감은 나의 원동력이다. 사람들이 나의 잘남에 감탄할 때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잘남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쏟는다. 우월감은 줄곧 나를 경쟁에서 이기게 해 주었다. 나에게 잘난 모습이 있다면, 그것의 원천은 바로 우월감일 게다.
우월감이라는 건, 실은 열등감과 다르지 않다. 남에게 지거나 못한 상황을 견디기 힘들다. 이럴 땐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노력하거나, 회피하거나. 노력으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면 깨끗이 손을 놓는 게 나의 전략이다.
수영을 피하고 싶었던 이유로 수영복의 노출이 부담스러웠다고 말하곤 하지만, 사실은 이 우월감 내지는 열등감도 한몫했다. 어릴 적 방학마다 한 달간 열리는 수영 방학 특강에 다닌 적이 있다. 초등학생 전 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수업이었는데, 나는 그중 가장 어린 1학년이었다. 강사님은 이따금 계영을 시키곤 했다. 아이들을 두 레인으로 나눠서 팀 대항 수영 경주를 붙이는 것이다. 나는 달리기도, 롤러스케이트도, 자전거도 빠르니 수영도 당연히 빠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계영에서는 자꾸만 뒤처지는 것이었다. 아무리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보아도 상대편은 점점 앞으로 멀어져 가고, 나를 향한 불만 섞인 아우성만 들려왔다.
그 후로 이제껏 수영(정확히는 경영)에 자신이 없었다. 수업에서 내가 가장 작고 어렸다는 사실은 기억하지 못했다. 마냥 수영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하고 싶지 않았다. 물에 뜰 줄 알고 물놀이를 즐기는 데 어려움은 없었기에 굳이 배울 필요도 없었다.
그랬던 내가 다시 수영 강습에 등록했다. 20여 년 만의 일이었다.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허리디스크가 열등감보다 더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미 잘하는 것만 계속하는 나에게 ‘기초반’ 등록은 몹시 낯선 일이었다. 경쟁심은 내려놓고 나의 건강만 생각하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수업 두세 번 만에 이미 반에서 내 순위는 몇 번째인지, 누가 나의 경쟁자인지 모두 파악이 된 채였다.
남몰래 시끄럽던 마음은 예기치 않게 잠잠해졌다. 킥판을 놓고 본격적인 자유형을 시작했을 때였다. 부력 도구 없이 25m를 헤엄치는 것은 생존 훈련이었다.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제한된 시야와 호흡만으로 레인을 탈출해야 한다. 자칫하면 코와 입으로 물을 먹어 매우 곤란해진다. 발을 딛고 멈춰 서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혼이 쏙 빠진다. 도착점까지 필사적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여기에서 수영의 매력을 느꼈다. 목숨이 걸린 탈출 과정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어느 정도 영법을 익히고 나니 물이 전처럼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수영을 할 땐 시선이 줄곧 바닥을 향하기 때문에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지 인지할 수도 없다. 심지어 내 모습을 바라볼 도리도 없다. 오로지 운동 감각에만 의지하여 앞으로 나아간다. 물과 나, 둘 뿐이다.
수영을 하며 ‘신경 끄기의 기술’을 배운다. 몸을 수면에 띄우는 순간 비로소 내가 만들어 낸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해방이 된다. 이 자유를 물 밖으로 꺼내오는 연습을 한다. 온전히 나의 감각, 나의 즐거움에 집중할 것. 나의 행복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것.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의 길을 걸어갈 것. 수영이 가르쳐 주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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