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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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굿 라이프 | 최인철, 21세기북스엄마의 생각/독서 2022. 11. 30. 18:18
굿 라이프 - YES24 ·40만 독자가 선택한 『프레임』 최인철 교수의 12년 만의 신작 ·행복을 넘어 ‘굿 라이프’로 인생의 프레임을 바꾸다·나답게 사는 삶,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은 삶, 타인의 삶을 아끼는 삶이 www.yes24.com 인간은 모두 이론가다. 이론가답게 우리는 각자의 이론에 따라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행복에 관한 자신의 이론이 각자의 행복을 만들어간다. 따라서 원하는 만큼의 행복을 누리고 있지 못하다면 자신의 기질이나 환경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행복에 대한 자신의 이론이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많은 좋은 것 중에 행복처럼 갈망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경계와 의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드물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너무 행복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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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초반엄마의 생각/수영 2022. 11. 27. 15:15
한 달간의 기초반 강습이 시작되었다. 우리 수영장 기초반에서는 기본 호흡법과 발차기로 시작해 자유형까지 배운다. 수영에서의 호흡은 일명 ‘음파 호흡’. 물속에서 코로 숨을 내뱉고, 얼굴을 잠깐 물 밖으로 내밀어 입으로 들이마시는 호흡법이다. 자세히 얘기하자면 물속에서 코로 ‘음-‘ 허밍 하듯 숨을 내뱉으며 보그르르 공기 방울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물 밖에서 입으로 남아있는 숨을 ‘파’ 뱉어내는 동시에 ‘헙!’ 들이마신다. ‘음’과 ‘파’의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하면 코로 입으로 물이 들어가 몹시 괴로워진다. 다들 서로 초면인 사람들이 헐벗은 차림으로 물속에서 머리를 빼꼼 거리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것도 어린 시절 놀이하듯 배웠던 동작을 다 큰 성인의 몸으로 다시 하는 게 얼마나 겸연쩍은 일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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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shibal keep going엄마의 생각/생각 2022. 11. 21. 23:54
좋은 말로 다재다능, 나쁜 말로는 다방면에 애매한 재능을 가진 사람. 한 가지 분야를 진득하게 개발하지 못하고 쉽게 그만둬버리는 사람, 한 마디로 끈기가 없는 사람. 그게 바로 나였다. 어린 시절엔 공부도, 피아노도, 운동도 잘하고 친구도 많아 늘 칭찬을 받았다. 고3 때는 음대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체육교육과에 지원해볼까 고민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애매한 재능이 효력을 다하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질 즈음이면 금방 흥미를 잃고 그만두기 일쑤였다. 첫 아이를 낳고 몸도 마음도 많이 망가졌다. 숨 쉴 틈이 필요했다. 아이가 12개월이 되자마자 어린이집에 보냈다. 엄마가 되고 처음 갖게 된 자유시간, 체력을 기르고 싶었다. 돈 안 들이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을까. 그즈음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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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anax엄마의 생각/생각 2022. 11. 18. 15:52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기억들이 있다. 그때의 상황과 감정들이 마치 지금인 듯 생생하다. 어젯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는데 문득 떠올랐다. 방 문을 꼭꼭 잠그고 책상 밑에 의자 밑에 이불속에 웅크렸다. 검지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막고 엄지 손가락으로 귓불을 접어 막고 나머지 세 손가락으로 귓바퀴를 막았다. 그래도 다 들렸다. 소리를 막으려고 소리를 질렀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온통 땀범벅 눈물범벅 귀에는 상처가 났다. 한 사람은 폭력을 휘둘렀고 한 사람은 하소연했다. 나는 괜찮았지. 밝고 활발하고 뭐든지 잘하는 모범생. 그러나 그 나이의 아이를 키우며 이렇게 한 번씩 그때의 내가 그려진다. 이렇게 작았구나 이렇게 어렸구나. 그들은 최선을 다했겠지. 탓은 상대에게나 있는 거지. 아무도 이해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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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딱 한 달만엄마의 생각/수영 2022. 11. 17. 16:02
수영 강습 첫날. 아릿한 수영장 냄새를 맡으며 쭈볏쭈볏 수영장에 들어갔다. 레인 앞에는 반 이름이 적힌 팻말이 하나씩 세워져 있었다. 나는 ‘기초반’, 맨 가장자리 레인이었다. 손과 발, 팔다리, 어깨와 복부, 마지막 가슴까지 차례대로 물을 묻히고 조심조심 풀 안으로 내려갔다. 바닥을 딛고 서니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찼다. 긴장을 해서인지 미지근한 물이 조금 춥게 느껴졌다. 기초반 레인에는 스무명 남짓의 사람들이 어색하게 서 있었다. 나도 함께 어색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물아래의 파란색 타일과 여덟 개의 레인을 가르는 삼원색 레인 로프, 머리 위에는 거리를 표시하는 용도인 듯한 세모난 깃발이 횡렬로 매달려있고, 높은 벽 한가운데에 큼지막한 빨간 전자시계, 높은 사다리 의자에 앉아 계시는 안전요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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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번 해 보자. 등록!엄마의 생각/수영 2022. 11. 11. 11:52
마침 집과 멀지 않은 거리에 공공 수영장이 있었다. 이 동네에 4년째 살면서 수영장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비정기적으로 개설되는 기초반 수업도 기다렸다는 듯 신규 회원을 찾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한번 해 보자. 등록! 나의 수영 실력을 말하자면, 다행히도 물을 무서워하진 않았다. 초등학교 1, 2학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어언 20여 년 전. 방학 때 한 달간 열리는 수영 특강을 다녔다. 자유형과 배영을 속성으로 배웠는데 정확한 영법을 구사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릴 적 조금이나마 배워둔 덕분에 지금은 물 위에 떠서 발을 찰 수 있고, 음파 호흡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수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딱 그만큼이었다. 처음이지만 어리숙한 모습이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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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제발 다른 운동을 말씀해 주세요.엄마의 생각/수영 2022. 11. 10. 15:55
“선생님, 제발 다른 운동을 말씀해 주세요.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없습니다. 걷는 것도 안 됩니다. 수영하세요.” 꼬부랑 할머니처럼 허리를 펼 수 없던 겨울이 있었다. 허리뼈 사이의 추간판이 삐죽 튀어나와 신경을 눌렀다. 아이가 어려 병원도 쉽게 가지 못하던 때였다. 꼬리뼈에 신경 주사를 맞고서야 조금씩 허리를 세울 수 있었다. 가정 보육 중이던 둘째 아이가 봄이 되어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면서 그토록 괴로웠던 허리 통증도 조금씩 잊혀갔다. 매일 아이들을 보내고 동네 뒷산을 오르며 모처럼의 자유와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만끽했다. 여유롭게 산을 오르던 기쁨도 잠시, 한 달이 되자 다시 통증이 느껴졌다. 병원을 찾아가자 무시무시한 처방이 내려졌다. ‘수영’.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만 두 아이를 낳고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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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딸에게 쓰는 편지엄마의 생각/생각 2022. 11. 1. 13:54
우리 가온이 즐거운 하루 보내고 있니? 오늘 아침 유치원 가는 길에 청개구리 마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좀 더 이야기하고 싶어서 편지를 써. 우리에게는 몸, 마음, 그리고 생각 주머니가 있어. 우리의 몸은 마음과 생각 주머니를 담고 있는 포장 상자 같은 거야. 그래서 몸이 튼튼하지 않으면 마음과 생각 주머니도 다칠 수 있어. 마음은 우리가 느끼는 기분 같은 거야. 기쁘고, 슬프고, 웃기고, 화나고, 좋아하고, 싫어하고, 계속하고 싶고, 그만하고 싶은 이 모든 기분이 바로 마음이야. 아기들이 자기 마음대로만 행동하는 이유가 바로 마음은 크고 생각 주머니는 작기 때문이지. 생각 주머니는 우리 몸을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해. 그리고 생각 주머니가 클수록 마음을 잘 달랠 수 있어. 예를 들면 엄마가 저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