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습 일주일이 지나자 암묵적인 자리가 정해졌다. 고만고만한 수영 병아리 사이에서 얼떨결에 1번이 되었다. 강습이 없는 날에는 매일 자유 수영을 갔다. 강습에서 배운 것을 복습하고, 다음 시간에 배울 내용을 시도해 보기도 했다. 아직 킥판 잡고 25m 한 번 가는 것도 무척 힘들었지만, 물 안에 있는 그 자체만으로 이미 충분히 즐거웠다.
여기서 잠깐! 자유 수영은 강사의 지시 없이 자율적으로 연습하는 시간인 만큼 매너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수영 매너>
우측통행
-풀 레인 바닥에는 중앙선이 표시되어 있다. 중앙선을 중심으로 양방향 우측통행을 한다.
벽면의 터닝 타깃은 비워 두기
-풀의 양쪽 벽 중앙에는 턴을 위한 포인트가 표시되어 있다. 턴을 위해서는 그 지점을 터치해야 하므로, 휴식 시 가운데는 비워두고
양쪽 가장자리에 선다.
수영 레인에서 걷지 않기
-물에서는 대부분 걷기보다 수영이 빠르다. 레인 중간에서 멈춰 서버리면 다른 이들의 진로에 방해가 된다. 힘들더라도 가급적 완주를 하도록 하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중간에 멈춰야 할 경우에는 최대한 우측으로 비켜난다.
앞사람이 배영 턴 깃발을 지난 뒤에 출발하기
-앞사람과 간격을 유지하여 충돌을 방지하고 원활한 통행을 한다.
추월은 가급적 자제한다.
-꼭 필요한 경우 반대편을 잘 확인하고 좌측으로 신속하게 추월하며, 추월당하는 경우 우측에서 양보한다.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 온몸이 물에 뜨는 느낌, 발끝에 물이 참방 닿는 느낌, 손가락 사이로 물이 스쳐 가는 느낌… 짜릿해! 무엇보다도 연구하고 연습할수록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한다는 게 수영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하나하나 배우고, 터득해 간다. 연습은 곧바로 나의 실력이 되고, 실력의 작은 변화조차 단번에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다. 밑 빠진 독 같은 가사와 육아의 늪에선 결코 느낄 수 없는 기쁨이었다.
수영은 일상에도 생기를 불어넣었다. 온종일 수영 생각뿐이었다. 열정과 자신감은 얼굴에서도 드러났는지 만나는 사람마다 요즘 좋아 보인다는 말을 건넸다. 체중이 크게 줄진 않았지만, 덕지덕지 붙어있던 군살이 정리되면서 옷태도 달라졌다. 오랫동안 앓아온 불면증은 온데간데없고, 피로감은 한 달쯤 적응기를 거치니 커피 한 잔으로 해결될 만큼만 남았다. 녹음이 짙어지는 초여름, 수영이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에서 꺼내 먹는 수박은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낙원의 코끼리였다.